눈이 부시게

 

눈이 부시게

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,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

시간

월, 화 오후 9:30 (2019-02-11~)

출연

김혜자, 한지민, 남주혁, 손호준, 안내상, 이정은, 김희원, 김가은, 송상은, 정영숙

채널

JTBC

주루루룩 주루루룩 여운이 깊다

오랫동안 넷플릭스 찜 목록에 쟁여두고 꺼내보지 않다가, 코로나로 격리 생활을 하면서 몸이 조금씩 괜찮아질 때쯤 정주행을 시작했다.

3~4화쯤이었나 재밌어서 인터넷으로 이것 저것 검색해보다가 스포를 보고야 말았다.
이 드라마는 최대한 스포없이 정주행하는 게 최고였을 듯 하지만, 알고봐도 달리 보이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대로 좋았다.
사실 의도찮게 빅 스포를 당해버리고 약간 허탈한 마음까지도 들었다. 생각도 못했는데 진실을 접하니 온갖 허망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. 은연중에 돌아갈 걸 기대하면서 봤었나보다.

결말을 알아버려서 였는진 몰라도, 중반부부터는 늘어지는 감도 없잖아 있었다.
그래서 다들 오열하며 봤다는 그 결말 부분도 그리 슬프지 않겠거니 하면서 봤다.
는 개뿔
알고봐도 슬픈 건 똑같다 흐윽흐긓ㄱ

시계를 받았음에도 다시 돌려준건 왜였을까
나라면 돌려주지 않았을거고, 돌려준대도 ‘평생 죄책감 갖고 사세요.’란 마음이었을 것 같은데
혜자는 그렇지 않았을 것만 같다.
오열하던 할아버지의 등을 토닥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.
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용서하겠다는 마음이었을까, 나는 기억을 잃어가니 괜찮다는 마음이었을까, 혹시 나처럼 ‘난 좋은 기억에 살테니 넌 죽을 때까지 그 기억을 가져가라’는 마음이진 않았을까
글쎄, 헤아려지지 않는다.

좋은 드라마였다.
다시 생각해보면 어느 것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.
중반부쯤 지루해져 갈 때, 준하가 꼭 필요한 캐릭터인지 의뭉스러웠는데
끝까지 보고나면 그 모든 순간들이 빛나는 것들이다. 눈이 부시게.

 

 

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, 때론 행복했습니다.
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,
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.

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,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,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,
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.

지금 삶이 힘든 당신,
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.
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 거 아닌 하루가 온다해도
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.

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한 미래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.
오늘을 살아가세요, 눈이 부시게.
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.

누군가의 엄마였고, 누이였고, 딸이었고,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.